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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자키 카즈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 편지 - 밤하늘 - 사진의 켄자키 카즈마 파트.
※ 소설&드씨 설정이 있습니다.




음을 따라 옅게 진동하는 목소리는 천천히 내게 밀려들어와서 나를 하염없이 흔들어놓았다.
모든 것을 잃고 공허해져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던 나를, 하지메의 목소리가 그렇게 흔들었다.





언젠가부터 하나씩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 느낌은 점점 나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걸 점점 삼키고 있었다.

그 마지막 기억은 사막의 어느 전쟁터였다. 총탄비와 폭탄비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본 아이의 얼굴. 그 아이가 나의 이름을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이 아이를 구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이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고 그 곳을 떠났다.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사막을 걸어갔다.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른채, 그저 발이 닿는대로.

그렇게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도착했던 걸지도 모른다. 여관은 어떻게 알았던건지, 그곳에서 머물게 된 것도 지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다행히도 나의 이름만을 겨우 기억해내어, 이 곳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시장에서 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며칠 전, 공허함은 그 날의 목소리가 흔들어놓았을 때 사라졌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나의 손을 누군가가 잡고 있었고, 내 손은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쥔 듯 힘이 들어가 있었다.

켄자키..

잊고 있었던 목소리.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 사람을 마사키 씨라고 불렀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마사키 씨인지, 내가 잊고 있었던 그 누군가였는지 모르겠다. 누구지 당신은? 내 기억이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그 사람에게 안겼다. 왜인지 그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떠나기 전 까지, 나는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목소리가 깨우기 전에 나는 무엇을 했지? 나는 대체 누구지?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익숙한건 왜였을까..?
그리고 그가 떠나기 전날 밤, 꿈을 꾸었다.


낯선 식당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주방이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미소를 띄웠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요리를 끝내고 그가 나한테 음식을 내주었다. 하트모양 당근을 이쁘게 얹은 필라프. 고소한 냄새가 미각을 자극했다.

고마워 하지메.

하지메? 그게 이 사람의 이름인가. 무표정이지만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 설마.

그 순간, 공허함은 사라지고 익숙한 온기들이 이 공간을 채웠다.
그래, 지금 이 곳이 이제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하카란다. 갈색 벽이 인상깊은 그 곳에서 너와 내가 이렇게 있었다. 너와 함께했던 순간이 이제서야 기억났다. 잊지 않기로 해놓고 잊어버렸다. 내가 해야할 일, 나에 대한 것... 그리고 하지메.

하지메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그런 내가 어째서 하지메를 이곳에 불러들인걸까. 너를 잊어버린 때의 나의 과오였다.

헤어져야함을 알지만 헤어지기 싫었다.
하지메가 떠나는 아침, 문 밖을 나서는 하지메를 안아버렸다.


하지메.


하지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랫동안 안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곁에서 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