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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자키 카즈마&아이카와 하지메] 밤하늘

※편지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최종화 이후이며 소설설정&드씨설정이 있습니다.






제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억이 없는 켄자키는 싱글싱글 웃으며 하지메와 함께 카페를 나왔다.
오후 5시 경, 사막 위에 세워진 작은 도시는 저녁이 되어가는 그 시간이 켄자키의 말대로 제일 활발했다.

켄자키는 한 달 전부터 여관에서 머물고 있었다. 숙박비를 내는 대신에, 여관에서 주인의 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뺀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지금, 켄자키에겐 지금의 일상을 건드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켄자키를 따라 나온 하지메는 투박하지만 생기 넘치는 그 풍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인심 좋은 상인과 흥정에 성공해서 기분좋게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들. 그 곳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뛰어노는 아이들.

하지메의 카메라가 시장의 풍경을 담아가다가 멈춘 곳은, 물건을 고르는 켄자키의 앞이었다. 이 거리의 사람들과는 친해졌는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퍼져있었다.
저렇게 밝게 웃던 켄자키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더라? 오랜만에 보는 켄자키가 낯설었다.
그렇지만 켄자키를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른다. 하지메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여러번 눌러 켄자키의 미소를 간직했다. 켄자키의 행복한 그 모습을, 이 풍경을 오랫동안 많이 담아두어 간직하고 싶었다.

그 평온함과 그리움에 잊었던 그것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전 까지는.



켄자키가 하지메와 함께 시장을 누비다가 돌아온건 저녁 8시 경이었다. 마침 저녁시간이기에, 여관에 딸린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여관까지의 길은 멀지 않았지만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어 다른 곳보다는 어두운 길이었다. 그런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켄자키가 보이지 않지만, 앞에 있다고 확신하고 하지메는 걸었다.
계속 이렇게만 켄자키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두운 길이라도 함께 걸으면 무섭지 않은 것 처럼. 차라리 이런 시간이 계속되기만을 바랐다.

그 때, 하지메 앞에서 거리를 약간 두고 있던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하지메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조여오는 걸 느꼈다. 언데드이기에 죽지 않겠지만, 그림자의 악력은 보통 인간들이 낼 수 있는 그런 힘이 아니었다. 대체 누구지? 켄자키는 어디에..?
그림자는 하지메의 목을 조여가며 점점 그를 밀고 갔다. 그렇게 방금 지나왔던 가로등에 다다른 순간, 하지메는 그림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켄..ㅈ..."
켄자키의 눈에는 낮에 보았던 그 상냥함이 없었다. 활짝 웃게 만들어주었던 밝음도 없었다. 그의 눈에 어린 것은 그저 살기 뿐, 이성의 흔적은 없는 듯했다. 낮에 함께 사진을 찍었던 그 사람이 맞는가. 그렇게 웃어주던 그 사람이 맞는가.
하지메는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켄자키의 손을 붙잡았다.
"켄..자키..."
하지메도, 켄자키도 손은 떨고 있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상대를 죽이려는 손과 저지하려는 손. 이윽고 살기가 느껴지는 손에 힘이 풀렸다. 하지메의 목소리에 반응한 듯, 켄자키의 눈에는 이성이 돌아왔다.
"마... 마사키 씨..?"
켄자키가 하지메의 목에서 손을 떼었다. 떨고있는 손과 하지메를 바라보는 켄자키의 눈은 손처럼 떨고 있었다.
"제.. 제가 무슨 짓을... 마사키 씨, 죄송합니다...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더니 그만...."
떨리는 손을, 눈을 하지메는 말없이 안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하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마사키 씨..."
"정말로 괜찮습니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니까.."

켄자키는 한동안 하지메의 품에 그렇게 안겨있었다.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이 펼쳐진 길 한가운데에, 두 사람은 그렇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