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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짧은글]평화로운 그늘 아래

한 청년에게 신이 물었다.
너에게 세상을 구할 힘을 주겠다. 그러나 그 힘을 쓰면 너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너를 잊게 된다. 그래도 쓰겠는가?

청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이 잊혀져도 괜찮다고.

그리고 세상은 구원받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그리고 300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서오세요."
아이카와 하지메의 작은 식당은 오늘도 분주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주문을 받고 식사를 나누어준다.
영업을 마무리할 즈음에,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청년이 식당에 들어섰다. 훤칠한 키에 검푸른 자켓을 입은 청년은, 창가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손님, 주문하실거라도?"
하지메는 마지막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나왔다.
"음... 오므라이스랑 오렌지 주스요."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이상하게 동족같다는 느낌을 하지메는 느꼈다. 그저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한 하지메는,
"주문 받았습니다."
하고 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가면서도 본능이 자신에게 전하는 무언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저 자는 동족이라고 본능은 말하고 있다.
청년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하지메는 경계했다. 그가 만약 자기와 같은 언데드라면, 어째서 여기에 왔을까.

식사를 마친 청년이 나가려고 하자, 하지메는 지금까지 청년에게 받은 느낌을 확실히 하고 싶어 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어어...?"

"너, 인간이 아니군."
"그걸 어떻게..."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같은 언데드란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너, 어째서 인간 행세를 하고 있는거냐."
그가 당황했는지 눈을 커다랗게 뜨고 하지메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머쓱이며 웃는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랄까요. 그리고 난 당신과 싸울 생각도 없고."
"...특이한 언데드군. 너 같은 녀석은 이전에도 들어본 적 없다. 아니, 몇몇 있긴 했지만..."
"그랬었죠..."
씁쓸한 웃음을 짓는 청년이었지만, 하지메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언데드라면 이미 오래전에 다 봉인했을터... 아니, 나 말고 하나가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하하... 그랬나요."
"그나저나 너, 여긴 왜 온거냐. 나랑 싸우러 온 건가?"
하지메의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나온 으르렁거림이 섞여 청년을 찔러온다.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여기서 보는 바깥 풍경이 좋다고 해서 온 거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당신이 나와 같은 언데드란 것도 방금 안 거고..."
언데드이지만 그의 말에는 자신을 공격할 듯한 기미는 전혀 없었다. 하지메는 그런 청년의 말에 경계심을 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주 올게요. 당분간 요 근처에서 머물 예정이라."
"자주 오지는 마라. 내가 널 어떻게할지도 모르니."
"걱정 마요. 우리들, 그 날 이후로 안 싸워도 되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니까..."
참으로 이상한 녀석이다.
"잠깐이지만 자주 볼 이웃인데, 서로 인사라도 할까요.
저는 이치카와 소우마(一川相真). 이치카와 소우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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